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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선한 진보 과연 성공할 것인가 - ① 진보신당의 탈선한 진보정책
한결같이  2008-03-17 22:15:10, 조회 : 2,095, 추천 : 311

대선에서 주목할만한 득표율 상승을 이끌지 못한 민주노동당은 이명박 후보가 당선된 이후 대규모 탈당사태라는 홍역을 치르고 있다. 조승수 전 진보정치연구소장, 김형탁 전 대변인, 한석호 전 ‘전진’ 집행위원장 등은 민주노동당 내의 ‘종북주의’ 논란을 발생시키고 민주노동당에는 희망이 없다며 탈당을 결행한 이후 ‘새로운 진보정당 운동’을 발족하였다. 심상정, 노회찬 등 국회의원들도 여기에 동조하여 ‘진보신당연대회의’라는 세력을 뭇고 있다. 조승수의 ‘새로운 진보정당운동’과 심상정, 노회찬의 ‘진보신당연대회의’는 극좌적인 노선을 표방하는 한국사회당과 녹색정치를 표방하는 초록당과 손을 잡고 홍세화, 박노자, 진중권 등 시민논객들까지 끌여들여 3월 16일에 ‘진보신당’을 창당할 예정이다.

심상정 의원은 현재의 민주노동당 틀로는 진보정치의 희망을 만들어가는데 한계가 있기 때문에 진보신당의 새 길을 개척한다고 하였다. 그렇다면 진보신당 측이 주장하는 진보의 내용은 무엇인가?

진보신당을 준비하는 세력의 주장은 크게 세 가지가 주목된다. 한 주장은 진보신당이 핵심가치로 평등, 생태, 평화, 연대를 든다는 점이다. 4가지 가치는 심상정, 노회찬 의원 등이 주도하여 추진한 2월 24일의 진보신당 대토론회에서 제시되었다. 두 번째 주장은 ‘새로운 진보정당운동’을 추진하는 조승수와 박승옥 등이 추진하는 적녹연대이다. 이들은 “보다 적색으로, 보다 녹색으로”라는 기치를 들고 노동, 초록, 평화, 인권, 여성, 소수자 문제 등을 아우르는 적녹연대를 주장한다. 세 번째는 북한에 대한 관점이다. 조승수와 박승옥 등은 남북한을 민족적 특수관계 이전에 국가 대 국가의 관계로 인식한다는 점을 선언하였으며 진보신당 토론회에서도 평화에 대한 가치를 추구하는 방법에서 반핵, 평화, 인권의 가치에 기반한 대북정책을 모색한다는 점을 내세우면서 북한을 민족이 같은 일원이자 통일의 동반자로 인정하는 진보진영의 일반적인 대북인식을 부정하고 있다.


진보신당의 탈선 1 - 빗나간 이명박 대응전략

진보신당의 생태, 평등, 평화, 연대의 가치는 이명박 정권이 집권한 현 한국사회의 핵심문제를 빗나가고 있다. 성공회대 정태인 교수는 진보신당 토론회장에서 “바야흐로 시장만능의 시대가 가고 생태와 공동체의 시대가 온다.”면서 이 시기를 진보가 자신의 역량을 한껏 펼칠 수 있는 시대라고 보고 있다. 진보신당 측은 평등의 가치를 실현하기 위해 재벌중심의 경제를 해체하며 소득재분배를 넘어 자산재분배를 실현하자고 주장한다. 생태의 가치차원에서는 성장지상주의에 맞서 생태적 가치와 실천을 전 사회적으로 확산시키자는 것이다. 평화는 한반도와 동북아의 평화실현을 선도하고 국제연대를 통해 평화의 가치를 전세계적으로 확산한다는 것이며 연대는 진보의 유력한 무기로써 부문운동 간의 연대, 당 운동과 사회운동과의 연대, 지역 간의 연대, 전 세계 진보운동과 함께 하는 국제연대 등을 통한 주체를 형성하자는 것이다.

언듯 살펴보면 진보신당의 주장은 진보적이고 옳은 말로 들린다. 그러나 진보신당 측의 평등, 생태, 평화, 연대 노선은 한국사회의 핵심문제를 반영하지 못한다는 문제점이 있으며 4가지 가치의 각론에 있어서도 진보진영의 일반적 시각과 다른 점들이 존재한다. 평등, 생태, 평화, 연대의 가치가 매우 소중하고 한국사회에서 시급히 개선되어야 할 과제라는 점에서는 의문의 여지가 없다. 다만 진보신당 측의 주장은 생태와 공동체를 21세기의 화두로 내세우면서 모든 투쟁의 전면에 내세운다는 점이 문제이다. 이명박 정부가 신자유주의를 전면화하여 강력한 진보야당이 필요하다는 것이 진보신당 측의 주장인데 이명박 정부의 정치노선에 맞서는 기본 노선이 과연 평등, 생태, 평화, 연대인지는 신중하게 고려해 보아야 한다.

현재 이명박 정부는 한미동맹 강화를 기본에 놓고 모든 국가정책을 여기에 기초하여 추진한다. 한미동맹을 강화하는 정치적 영역의 움직임은 이명박 정부가 ‘좌파 적출’ 등을 거론하며 김대중, 노무현 정부 시대에 정계에 진출한 정치인, 각료 등을 배제시키는 데에서 나타난다. 김대중, 노무현 시대의 각료가 퇴출된 자리는 국가보위입법회의 경력의 보수세력이나 뉴라이트 성향의 보수주의자들이 차지하고 있다. 이들의 공통점은 바로 친미보수세력이라는 점이다. 이명박 정부는 다시금 ‘친미보수세력의 독무대’로 정권을 구성하고자 하는 것이다. 한미동맹을 강화하는 경제적 영역의 움직임은 ‘한-미 자유무역협정의 비준 추진’과 신자유주의식 개방의 전면화로 나타난다. 한미동맹 강화의 군사적 움직임은 북한과의 전면전을 염두에 둔 대규모 한-미 합동군사훈련과 주한미군기지 이전을 전폭지원, 협력하는 형태로 나타나며 한미동맹 강화의 사회문화적 움직임은 한-미간 비자면제 추진, 교육시장 등 각종 시장 개방을 통한 지식, 문화교류 추진으로 드러난다.


이러한 상황에서 진보신당은 이명박 정권의 신자유주의 경제노선만을 주목하며 그 대응방안을 제시하고 있는데 이는 올바른 시각이 아니다. 사회문제를 통찰할 때에는 자신이 관심있는 소재에 눈이 끌려 ‘편식’해서는 안 된다. 나라의 정치, 경제, 군사, 문화의 모든 영역을 일관되게 고찰할 수 있어야 가장 과학적이고 합리적인 전략을 수립할 수 있다.

이명박 정부가 ‘한미동맹 강화’를 전면에 내세우며 한국사회를 보수화시키는데 평등, 생태, 평화, 연대의 가치를 부르짖는 것은 오히려 번지수를 잘못 찾는 격이다. 이명박 정부가 추진하는 ‘한미동맹 강화’에는 ‘민족자주’로 맞서야 한다. “예속정책”에 “자주”로 맞서는 것은 전혀 구시대적이지도 않고 이상할 것이 없다. 오히려 쿠바의 카스트로 정권, 러시아의 푸틴정권, 이란의 아흐마디네자드 정권, 베네수엘라의 차베스 정권 등 지구촌에 여러 세력이 ‘대미자주’를 전면에 내세우고 있는 점을 보면 ‘반외세 자주화’투쟁이야말로 세계적 흐름이다. 중요한 것은 자주화투쟁 자체의 내용이 아니라 자주화투쟁의 방법이다.


진보신당의 탈선 2 - 왜곡된 평등, 평화, 연대

게다가 진보신당이 주장하는 평등과 평화, 연대의 가치는 그 개념이 애매모호한 문제점이 있다. 진보신당은 평등을 진보의 기본가치라고 규정하면서 재벌해체를 주장하지만 노동자-자본가 관계로 환원되지 않는 측면에 한해서 자본주의 체제를 극복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이는 핵심문제를 건드리지 말고 문제를 해결하라는 식의 모순이다. 생산수단을 소유한 자본가와 소유하지 못한 노동자의 예속적 관계는 자본주의 체제 생산관계의 기본이기 때문이다. 생산의 주체인 노동자가 사회의 주인이 되지 못하고 극소수의 자본가 집단이 생산의 결과물을 독점하는 현상이 자본주의 체제의 기본모순이다. 지난날 노동해방을 타협할 수 없는 제1의 가치로 주장하던 진보신당 측 일부인사들이 노-자 관계 대두를 외면하는 현 상황은 자못 납득하기 어렵다.

진보신당은 평화의 개념에도 애매하다. 이들은 민중적 입장에 서서 한반도 평화와 통일의 비젼을 세운다고 주장하지만 반핵, 평화, 인권의 가치에 기반한 대북정책을 주장하고 있다. 진보신당을 추진하는 세력들은 민주노동당을 공격할 때 북한의 핵보유를 자위적 차원으로 해석하는 관점을 강하게 비판한 바 있다. 흥미로운 점은 진보신당은 4-5개로 평가받는 북한 핵에 대해서는 반핵의 가치를 엄격히 주장하지만 4000개가 넘어가는 미국의 독점적 핵무력에 대해서는 의외로 무심하다는 점이다. 진보진영에서는 예전부터 한반도 핵전쟁 반대를 외치며 미군훈련장을 뚫고 들어가 미군의 핵전쟁 훈련을 저지하고 미군기지 앞에서 투쟁을 벌여왔는데 이렇게 대북전쟁책동을 반대하는 반미자주투쟁이 바로 가장 적극적인 반핵활동이다. 미국의 주장을 여과없이 받아들여 북한의 핵활동만을 범죄시하는 진보신당의 반핵활동은 결과적으로 미국의 핵독점을 인정하는 것으로써 진정한 반핵이 될 수 없다.


아울러 연대의 개념에서도 진보신당은 중심을 잡지 못하고 있다. 진보신당의 일부 인사들이 자신이 몸담았던 민주노동당을 험담하고 공격하여 나설 때 민주노동당의 수많은 세력들이 이들의 비난을 인내하면서 그 와중에도 받아들일 것은 받아들이는 자세를 취하였다. 지금 이 시간에도 민주노동당 일부세력은 진보신당과의 연합공천 이야기가 나올 정도로 민주노동당은 진보진영의 내부분열을 무엇보다도 우려하고 있다. 하지만 진보신당 측은 진체 진보진영을 대표하는 민주노동당을 두고 ‘회생의 가능성이 없다’고 사망선고를 내렸다. 몇몇 인사들이 나서서 8만 당원의 정치조직에게 함부로 사망선고를 내리는 ‘무례한’ 행위는 진정한 연대의 자세가 아니다. 진보신당 측은 오히려 민주노동당을 보고 ‘연대’가 무엇인지 배워야 한다.


진보신당의 탈선 3 - 어색한 포장 적녹연대

진보신당의 무원칙적인 모습은 적녹연대의 주장에서도 드러난다. 진보신당을 추진하는 조승수는 한국사회당과 초록당을 아우르는 적녹연대를 주장한다. 이들이 평등, 평화, 연대와 더불어 생태를 중심 가치로 표방한 것도 초록정치세력과의 연대를 염두에 두었기 때문이다. 결과적으로 진보신당이 주장하는 적녹연대는 자신들의 정치행각을 미화하기 위한 포장일 뿐이다.

한국사회당은 1998년 청년진보당을 모태로 하며 사회주의적 주장과 반북주장을 배합시킨 극좌적 정치세력으로 존재하였으나 최근 민주공화주의를 사회적 공화주의로 발전시킨다는 주장 아래 초록정치 세력과 연대를 모색하고 있다. 초록당은 유럽의 녹색정당을 모태로 하는 정치세력이며 생태운동, 풀뿌리 운동에 기반을 둔 세력이다. 초록당은 진보신당과 발을 맞추는 움직임이 강렬하다. 이들은 3월 8일 초록당 창당준비위원회를 해소하고 비상대책위원회를 구성하였다. 이 과정에서 초록정치를 활상화하기 위해 진보신당에 참여하자는 흐름이 강하게 형성되고 있다. 여기에 이어 한국사회당은 3월 9일 ‘한국사회당 중앙집행위원회’를 통해 ‘초록정치위원회’를 공동으로 구성하기로 합의했다. 3월 8일과 9일을 통해 양 정치세력이 합동제휴를 모색하는 것이다. 사회당과 초록당의 통합논의의 중심에 진보신당이 서 있음은 논란의 여지가 없다.


진보신당에서는 이들의 연대를 적녹연대라고 표현하지만 이는 사회당-초록당과의 연대의 본질을 가리는 변명일 뿐이다. 연대는 정치적 견해와 이해관계가 일치하는 사안에 대해 공동의 행동을 조직하는 것으로 노농연대, 노학연대 등이 대표적 경우이다. 그런 면에서 보았을 때 정치적 입장이 전혀 다른 적색과 녹색이 연대하는 적녹연대는 성립될 수 없다. 사회주의 혁명을 주장하던 사회당 세력과 생태운동을 주장하는 세력이 연대할 사안이 무엇이 있을지도 궁금할뿐더러 최근 논의되는 양상과 같이 이 두 세력이 사안별 연대를 넘어선 ‘합당’을 한다니 더욱 놀라울 따름이다.

그렇다면 사회당과 초록당, 진보신당의 통합논의는 어떻게 보아야 하나. 이들의 정치노선은 대체로 사민주의, 생태주의, 사회적 공화주의라 할 수 있겠는데 그 공통점은 이들 정치이념이 7-80년대 서유럽에서 유행하던 정치사조들이며 일정하게 진보적 변혁지향성이 거세되어 있다. 또한 이들 세력은 2-30년 전의 유럽의 정치사조들을 한국에 직수입하였다는 공통점이 있다. 초록정치이건 사회적 공화주의이건 공통점은 정치적 주장보다는 생활적 주장을 중심되게 펼치며 총론이 아닌 각론에 주력하는 세력이다. 사회당이 주장하던 사회주의는 한국의 현실에 맞지 않는 좌경적 주장이었지만 현실에서 사회적 공화주의를 내세우는 모습은 진보신당이 추진하는 적녹연대에서 ‘적’은 이미 황색과 녹색으로 전환된 지 오래라는 점을 보여준다.

진보신당의 적녹연대에는 ‘적’이 없는 ‘녹녹연대’이다. 진보적 가치를 지향하는 높은 사색과 토론, 완강한 투쟁이 배합되지 못한 활동은 제 아무리 멋지게 포장한다 하더라도 시민운동 수준의 고립, 분산을 면할 수 없다. 현재 진보신당은 국민주권과 기본권을 침해하는 이명박 정권에 대한 공세는 늦춰놓은 채 민주노동당을 공격하며 진보진영 내에서의 세불리기에 여념이 없는데 이러한 행동은 진보운동의 발전을 이뤄내고 국민들의 자주적 삶의 권리를 쟁취하는데 아무런 도움도 되지 않으며 결과적으로 외래 독점자본과 이명박 정권의 입지만 강화시켜 줄 따름이다.

***

경제정책 일변도의 접근으로 이명박 정부에 대해 정확한 타격을 하지 못하고 자본주의 체제의 본질적 모순을 간과한 채 생태, 평등, 평화, 연대의 가치를 왜곡하는 진보신당의 주장, 사회진보운동의 한 축에서 시대의 흐름을 담아내지 못한 채 서서히 밀려나는 사회당, 초록당 시민논객들에 기대어 정치세력화를 이뤄보고자 하는 진보신당은 진보운동의 테두리를 서서히 벗어나는 탈선이라고 할 수 있다. 단적으로 진보신당은 민주노동당의 국민지지율이 3%라서 희망은 없다며 당을 떠났는데 그래놓고는 국민지지율 0.07%의 한국사회당과 함께 하고 있으니 이를 보는 진보진영의 마음은 착찹하기만 하다.

진보신당은 그 이름을 진보라는 단어와 함께 새롭다는 뜻의 신(新)을 채용하였다. 그러나 진보신당의 가치나 이념은 7-80년대 서유럽 청년들 사이에서 유행하던 정치사조들로써 전혀 새로울 것이 없다. 게다가 진보신당 측은 유럽의 정치사조를 한국적 색채나 개념에 맞게 재해석하지도 않고 그대로 직수입하였는데 우리 국민들이 한국에 맞지 않는 유럽의 정치사조에 박수를 보낼 일은 없다. 진보신당은 이제라도 20년전의 정치실험을 재현한다면서 진보운동 진영을 분열시키지 말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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